대화 - 단편 2장

대화 - 단편 2장

시베리아 0 373

대화






이른 아침부터 케이와 못난이는 소주를 깐다.








"나 오빠가 처음이야."




"거짓말쟁이"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어."




"....."




"철이 없었지."




"....."




못난이는 소주를 들이킨다.




"고등학교때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친구들이랑 밤에 파티를 했었거든. 개중에 날 좋아하는 애가 있었어.


뭐 착하고 좋은 애였지만 그다지 맘에 들지는 안았거든."




"......"






"파티 분위기가 영 별로였어. 친구들이 나랑 그애랑 밀어주는 분위기였거든. 술이 취해서 방에들어가 잠을 자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눈을 뜨니 그애가 내 옷을 벗기고 나를 만지고 있는 거야. 이러지 말라고 했지. 절대 용서안할거라고.


부끄러워서 소리도 못지르고 욕만해댔어. 결국 그게 첫경험이 되었어."




"...."






케이는 담배의 불을 붙인다.






"근데 이 빌어먹을놈이 마치 내가 자기 여자인양 대하는 거야. 상대를 안해주니 몇달동안 학교앞에도 찾아오고.


재수없다고 꺼지라고 강간으로 고소안한 걸 다행으로 알라고 했더니 뭐 죽도록 사랑한대나?


그러면 죽어봐라고 그랬지. 안그러면 넌 더러운 강간범에 지나지 않는다고.


근데 이 병신같은 놈이 진짜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거야. 뭐 친구들은 나때문에 죽었다고 따돌리고.


오빠를 처음이라고 믿고 싶었어."






"하지만 난 네 첫남자가 아냐."




케이는 소주를 힘겹게 넘기면서 말을 한다.






"알아. 하지만 과거에 경험이 있다고 하면 오빠가 날 버릴것 같았거든. 오빠는 고지식하잖아."




"그랬을 수도 있지."




"....."




"그리고?"




"뭐 오빠를 처음 봤을때 참 열정적인 사람이구나 했어. 오빠집에 처음 갔을때 그 좁은 방에 여러사람이 뒤엉켜 자는 것도


재밌었고. 뭐 오빠가 술김이든 아니든 입을 맞춰왔을 때 좋았어."




"너 그때 울었잖아?"




"뭐 그냥 좀 놀래서. 옛날 기억도 나고. 어쨌든 오빠가 나랑 사겨줬잖아. 그 빌어먹을 책임감으로. 겨우 키스밖에 안했는데."




"뭐 나는 첫키스 였거든. 꼭 그런건만은 아냐. 나도 니가 좋았거든."




"거짓말. 그때 오빠 좋아하는 애 있었잖아. 정현이."




"걔는 운이가 좋아하는 애 였잖아."




"둘이 좋아하는거 알고있었어. 오빠랑 사귄다고 했을대 정현이가 찾아왔었거든. 머리를 쥐어뜯지는 않았지만 무서웠어."




"나랑은 상관없어."




"오빠는 그렇게 늘 애매해. 알고 있어 빌어먹을 책임감하고 운이랑 정현이 사이에서 부담스러워서 나를 사겼다는것 정도는"




"나도 너에게 관심이 있었어."




"헤헤.. 관심?"




"뭐 너 정도면 나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했지. 뭐 내게는 눈부셔 보였거든."




"헤헤. 이제와서 지나친 고백이네."






못난이가 헤헤 거리며 웃는다.


케이가 빈잔에 술을 따라준다.






"그사람은?"




"오빠도 알잖아 그사람."




"어."




"그냥 그렇게 됐어."




"그냥?"




"그사람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데.. 어차피 상관 없잖아. 결과적으로 난 오빠를 배신한건데."




"그래. 상관없어. 이제 다시는 볼일도 없는데?"




"학교다니는데 왜 볼일이 없어?"




"나 군대가. 그래서 어제 선배들과 술마신거고. 이 집도 뺄거야. 뭐 나 복학하면 넌 졸업하고 없겠지."




"그런말 안했잖아."




"지금하잖아. 그리고 어차피 상관없잖아."




"안돼. 가지마. 오빠 학군단 들어간다고 했잖아."




"별로 학교에 있고 싶지 않아졌어."




"나때문이야?"




"뭐 큰 이유긴 하지."




"그래."




"휴가나오면 학교에 올꺼야?"




"아니."




"왜 사람들이랑 친하잖아."




"생각해보니 별 의미가 없어서."




"나는?"




"그래서 더더욱 안오려고."




"이제 나 정말 안볼꺼야?"




"우리 헤어졌잖아."




"어.."




"운이랑도 연락안할꺼야?"




"그건 잘 모르겠다."




"왜 오빠가 가장 아끼는 후배잖아."




"네 가장 친한 친구기도 하지."




"내가 그렇게 싫어?"




"어."




"아직 사랑한다며"




"어."




"근데 왜?"




"그만하자. 너 집에 가라. 나 피곤해서 잘란다."




"나도 자고 갈래."




"더러운 냄새나. 꺼져."






케이는 지겨운듯 화를 내고 못난이는 눈물을 흘린다.


못난이가 담배를 입에 문다.




"내가 그렇게 더러워?"




"어."




"같이 있기도 싫어?"




"어."




"아직 사랑한다며?"




"짜증난다. 꺼져라."




"......."






케이가 담배를 피려는데 담배갑이 비어 있어 재털이에서 비교적 긴 장초를 찾아 입에 문다.






"너도 이렇게 될줄 알았잖아. 안그래?"




"아니. 끝까지 오빠가 모른척 해줄줄 알았어."




"내가 왜?"




"오빠는 자존심이 강해서 내가 그랬다는 것 인정 안할줄 알았어. 아님 반쯤 죽이던가."




"시끄러. 나도 결국 이것 밖에 안되는 놈이야. 별것 없어. 말 늘이기 싫다. 너네 집에가라."




"오빠.. 사랑해."




"도대체 네 그 잘난 사랑은 뭔데? 사람 바보 만드는 거? 아님 멀쩡한 사람 미치게 만드는 거?


입으로 떠들지마. 역겨워. 나 지금 많이 참고 있다."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란 말이야. 엉..어엉"






못난이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절규한다.






"시끄럽다. 너네집에 가서 울어라."






케이는 냉정하게 등을 돌린다.






"나.. 나는..."




"시끄러워 꺼져. 쌍년아. 내입에서 험한소리 나오게 하지마라.


여관에 들어갈때 팔짱끼고 아양떨고 장난이 아니더만."




"처음에는..."




"듣기싫다. 꺼지라고. 너 맞는다."




"오빠.. 흑...처음에는... 강간 당한 거란 말야.."




"간통이겠지."






케이는 등을 돌리지 않는다.






"아냐 억지로 당한거야."






못난이가 케이의 앞으로 다가와 팔을 흔들며 이야기 한다.






"그러면 고소를 하던가 내게 말을 했어야지."




"오빠가 알면 나 버릴 까봐.. 사진을 찍혀서.."




"시끄러.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마. 고소 안한 다음에야 둘이 같이 즐긴거야. 여관간게 한두번이 아니잖아.


너도 은근히 즐겼잖아. 싸구려 비누냄새나기 전날에는 네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못했었으니까."




"아냐. 그렇지 않았어. 단지.. 고소는.. 오빠가 여자 입장이 되어봐 그게 그렇게 쉬운가."




"너도 내 입장이 되어봐 애인이라는 년이 즐겁게 팔짱 끼고 다른남자와 여관에 들어가는데 강간이란 걸 믿겠냐고."




"......."




"너 돈도 받았잖아. 몸을 판거랑 뭐가 틀려? 그 돈으로 저번에 나 삼겹살 사 먹였지? 그게 내 목으로 넘어 갈것 같던? 과외가 아니라 그 사람 만났잖아."




"아냐...흐흑.. 오빠... 그건...




"그래. 처음에는 강간이고 나중에는 매춘이냐? 아님 간통? 것도 아님 그래 네가 좋아하는 사랑?


웃겨서 말도 안나온다. 쌍년아. 이제 네장단에 놀아주기 싫거든. 좀 내인생에서 꺼져줄래?"




둘은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다.


못난이가 젖은 얼굴을 들어 케이의 얼굴을 비벼댄다.




"일부러 그런건 아냐. 하지만 오빠에게 상처를 줘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냥 오빠 옆에 있고 싶었을 뿐인데.


나 그냥 갈께. 안녕. 잘있고 건강해."




"다신 보지말자."






못난이는 방문을 밀고 나가고 케이는 돌아 앉은채로 말을 내뱉는다.




못난이의 우는 소리가 방문앞에서 들려온다.






"너네 집구석 가서 울어."




"흐흑..."






못난이의 울음소리가 멀어진다.






케이는 제기랄을 외치며 벽을 주먹으로 두드린다.




어느새 케이의 주먹의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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