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2부

냉정과 열정사이 - 2부

시베리아 0 380

드디어 토요일이 되었다. 샤워를 하고 몇 벌 있지도 않은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기를 수차례 최대한 깔끔하게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조금 서둘렀나? 약속 시간보다 30분 정도 빨리 도착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역시 그녀는 오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내가 제일 못하는 것 중의 하나다. 그래서 1게임만 할 생각으로 약속장소에서 200미터 정도 떨어진 야구 연습장에 가서 열심히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다 보니 그만 약속 시간에 늦고 말았다. 정신없이 약속 장소로 뛰어 갔다. 그녀는 내가 올 것이라 생각되는 방향을 까치발을 하면서 연신 보고 있었다. 아, 그때 그녀의 모습을 글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우리는 저녁을 함께 먹고 술도 한 잔씩 걸쳤다. 그 날 이후 나는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머리 속에는 오직 어떻게 하면 아오이를 내 여자로 만들까 하는 생각 뿐이었다.




그녀와 헤어진지 3일 후 나는 연구실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어린시절 얘기부터 지금 현재의 고민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정말 오랫동안 했다. 긴 통화가 끝나자 벌써 새벽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오이, 앞으로 계속 전화해도 돼?’하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예스’였다.




그때부터 우리는 교수님이 퇴근하시는 그 순간부터 새벽까지 몇 시간씩 통화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더군다나 연구실 전화는 무료였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주변의 일상적인 이야기만 할 수는 없었다. 진도를 나가야 했다. 나는 아오이의 결혼한 친구들 이야기를 우리 화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예를 들면,


“아오이, 저번에 결혼했다는 나오미는 잘 산데?”


“응, 벌써 아기까지 나았어.”


“아, 그래? 이거 속도 위반이구만.”


“호호호, 근데 말못할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


“뭔데?”


“안돼 가르쳐 줄 수 없어!”




이야기가 이렇게 되면 이날 통화는 길어진다.


결국 내 고집을 못이긴 아오이는 친구의 비밀과 함께 자신의 비밀도 털어 놓게 된다.




“사실은 나오미가 함몰유두여서 아기 젖을 먹이기 힘들다나 봐.”


“아, 그래? 많은 여자들이 함몰유두라고 하긴 하더라고...”


“그래도 모유수유만큼 좋은 것이 없다던데...”


“아오이, 너는 어때? 너도 함몰유두야?”




나는 이런 식으로 살짝 그녀의 신체에 대해 물어봤다.


결국 이번에도 가르쳐 주지 않으려하다가 나의 고집에 못이겨 그녀는 답했다.


“아니, 나는 그런 걱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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