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어느 날의 그녀 - 단편

마법에 걸린 어느 날의 그녀 - 단편

시베리아 0 722

<마법에 걸린 어느 날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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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는 오늘도 늦는다. 결혼4년째 아이는 없다. 언젠가부터 그이는 변했다.


‘띵동’


초인종이 울린다. 왜 이렇게 몸이 굳어지는지, 저 현관밖에 서있는 남편이 무섭다.


“당신 오늘도 늦었내요”


후욱 코를 찌르는 술 냄새 비틀대며 시선한번 주지 않고 방으로 들어간다. 비틀 비틀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잠든 남편,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술에 취해 하루의 피곤을 몰고 와 이렇게 침대에 팽개쳐버리고 그 위에 잠드는 남편. 양말을 벗겨 빨래통에 담고,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벗겨 옷걸이에 걸고, 혁대를 풀러 바지를 벗겨 내리고 조용히 그의 옆에 누웠다.


술 냄새, 그의 땀 냄새 하지만 오늘 그이는 나를 때리지 않았다. 그걸로 만족한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남편의 내면 어느 곳에 이런 어둠과 광포가 숨어있었는지를.. 그러자 다정하고 따뜻하던 연애시절의 그가 떠오르며 눈물이 난다.


깜빡 잠이 들었나 뭔가 짓누르는 느낌에 눈을 떳다.


‘?’


언제 벗겨냈는지 알몸이 되어있고 여전히 취한 그가 거친 몸짓으로 날 끌어안고는 목과 얼굴 입술에 난폭한 키스를 퍼붓고 있다.


‘흡.. 잠깐만 여보 잠깐만요’


이미 단단해진 그의 성기가 벌려진 내 두 다리사이로 파고들어 문을 찾아 거칠게 헤집고 다닌다.


‘여보 잠깐 나 준비도 안됐어요 응? 제발 하려거든 조금만 있다가 해요’


순간 남편이 몸을 일으키더니 사정없이 뺨을 후려친다.


‘짜악’


“기집년이 왠 말이 많아 서방이 원하면 벌릴 것이지 썅”


그의 손찌검 보다 그의 욕설이 더 아픈 걸 그는 알까? 내 몸은 젖지 않았고 그를 원하지도 않는걸, 순간 아래로부터 아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흐윽’


남편의 성기가 메마른 내 몸을 뚫고 사정없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의 거친 헐떡임이 귓가 에 쏟아진다.


‘헉...헉...헉...헉...헉..’


메마른 내 몸에서 퍼지던 고통도 묵직한 불쾌감으로 변해가고 남편의 엉덩이 짓 에 따라 허공에서 흔들리는 두 무릎이 슬퍼보였다. 그리고 눈물이 난다.


‘난 당신아내야 내게 이러지마 응? 여보 예전의 당신으로 돌아와 줘요 이렇게 날 막 대할 때마다 나 자꾸 죽고 싶어져요 당신의 다정한 말 한마디면 난 구원 받을 수 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요?’


머릿속으로만 맴도는 그에게 향한 독백, 짐승처럼 엉덩이짓만 해대는 남편의 몸뚱아리, 어느순간 점점 엉덩이짓이 빨라지며 호흡이 가빠지더니 절정의 순간 내 온몸을 부셔져라 끌어안고는 온 힘을 다해 날 짓이기는 남편,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통증


“흐윽 여보 제발”


애원하며 남편의 어께를 밀어보지만 가학의 열정에 휩싸였는지 더 힘주어 나의 메마른 곳을 파헤치는 그.


“헉 헉 눌러주니 좋지? 애원까지 하구 말이야 헉..어..허어억...”


일순 남편의 몸이 경직되더니 부르르 떨린다. 그리곤 메말라 아픈 내 몸 안에 끈끈한 그의 분비물을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이 느낌 이젠 구토가나 한번이라도 다정하게 사랑한다 말해봐 내 샘은 기쁨으로 젖어올 걸 이젠 더 이상 당신은 내가알던 옛날의 당신이 아니야’




이른 아침 남편을 출근시키고 장을 보러 나왔다. 따뜻한 오전햇살을 받으며 마트에 들러 화장지며 비누, 샴푸, 일상의 자잘한 소모품들을 바구니에 담고 계산을 하고 거리로 나왔다. 손에 들려진 꾸러미가 제법 무겁다.


‘택시를 타야 할까봐’


횡단보도 근처로 가 짐을 내려놓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저기요”


“?”


돌아보니 왠 청년이 수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까 계산하시구 지갑 안가져 가셨죠?”


그리고 내미는 그의 손에 내 지갑이 들려있다.


“어머 내 정신좀 봐 고마워요”


“하하 아뇨 당연히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많이 사시고 그냥 들고 가세요?”


“내?”


“저희 마트는요 고객이 원하시면 배달도 해드리거든요”


“아..몰랐내요”


“제가 들어 드릴께요”


“아..괜찮아요 택시타면 되요”


“멀리서 오시나 봐요”


“가까워요 하지만 짐이..”


“그럼 그냥 걸어가세요”


청년은 싱긋 웃더니 내가 말릴 틈도 없이 두개의 꾸러미를 양손에 번쩍 들곤 앞장서 걷기 시작한다. 왠지 싫지않다. 활발하고 다정하고 씩씩한 그의 음성이. 나란히 오전의 햇살아래 그와 함께 집으로 걷는 길. 물방울무늬 스커트는 자꾸 흔들리고 거리는 마법에 걸린 듯 하다.


“저기요 궁금한 거 물어봐도 될까요?”


“?”


“가끔 저희 매장에 오시잖아요 아름다워 보여서 바라보곤 했거든요”


그리곤 땅을 보고 씨익 수줍게 웃는다. 이상하다. 순수하고 다정한 이 청년으로부터 가끔씩 날 봤다 라는 말을 듣자 아랫배 밑으로 뭔가 찌르르 지나간다.


“그래서 궁금한 건요 결혼하신분일까 이 시간에 오시는걸 보면 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쩔 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했어요”


“아 내..그러시구나 죄송해요 괜한 걸 물어봐서”


내 표정이 굳어 보여서일까 이 청년도 더 이상 말이 없다. 아파트 단지 내로 접어들고 꾸러미를 들고 있는 그의 양 팔뚝을 본다. 팽팽한 긴장 속에 부풀어 올라 단단해진 나를 위한 배려로 인해 힘을 소진하고 있는 그의 팔..이번엔 좀더 뚜렷한 궤적으로 아랫배로부터 등 뒤로 찌르르..전류가 흘러간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13층을 누르고 그와 단 둘이 남겨졌다.


‘위이잉’


좁은 곳에서의 침묵 그의 옅은 땀 냄새와 아침에 발랐을 스킨향이 내 코끝을 지나 유두 위까지 파고든다.


‘미끈’


알 수 없지만 내 몸이 흥건히 젖어있다. 그의 따스한 친절 탓일까 어느덧 문이 열리고 현관 앞에 그가 꾸러미들을 내려놓으며 인사를 한다.


“저 가볼께요 안녕히 계세요”


“잠깐”


“?”


“음료수 한잔 마시고 가요 수고했는데”


쥬스를 따르며 소파에 앉아 내 뒷모습을 보고 있을 그의 시선을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다. 가슴이 심하게 뛰어 잔을 든 손이 떨린다.


“학생인가요?”


“아..내..제대하구 복학 하려구요 좀 늦었어요 28살인걸요”


“그러시구나 전 30살 이예요 아줌마죠”


“하하하..아줌마인 것 도 모르고 괜히 맘 설레었잖아요 앞으로 누나라고 부르죠 뭐”


“그러세요”


왠지 수줍어하면서도 흘끗 나를 엿보는 그의 눈길에 가슴이 싸아아 아려온다. 이런 수줍으면서도 다정한 호기심으로 날 보는 남자의 눈빛


‘이렇게 젊고 다정한 남자는 자신의 연인에게 어떤 말을 건네며 사랑을 속삭일까? 내면 깊이 끓어오르는 욕망을 어떻게 연인에게 표출할까? 거칠게? 부드럽지만 뜨거운 열정으로? 만약 그의 욕망이 부드러움으로 표출된다면 이 남자에게 안겨보고 싶다.’


처음 만났지만, 날 아름답게 봐주며 먼발치에서 동경하던 남자..따스한 친절로 나의 수고를 덜어준 남자..마주앉아 음료를 마시는 코끝에 또다시 그의 체취가 스며든다.


‘훅’


그 향기가 코끝을 넘어 가슴으로, 유두 끝으로, 온 전신으로 날카로운 칼날처럼 퍼져나가는 느낌에 몸이 떨려온다. 견딜 수 없다.


“잠깐만요”


“내?”


무얼 기다리라는 건지 애매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 그를 두고 작은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등 뒤로 문을 닫고 기대어서 호흡을 골라본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얼굴에 열기가 몰려올라 화끈거려 아직 한번도 이런 적 없잖아 저 남자로부터 퍼져오는 다정함에 미칠 것 같아 저 남자에게 몸을 던져버리고 싶은 이 느낌 이상해 정말 그래버리고 싶어..내가 미친 걸까 이러지마 이러지말자..하지만..정말 지금 당장 저 남자 품에 안기고 싶어’


요동치는 가슴을 느끼며 서랍 깊은 곳 넣어둔 타로카드를 꺼냈다. 카드를 섞는 손이 심하게 떨린다. 그 때 바닥으로 떨어지는 카드 한 장 곧 셔플을 멈춘다. 실수로 떨어진 카드지만 그 카드에 운을 걸고 싶다. 조심스레 들어올려 뒤집자 눈앞에 다가오는 카드의 그림


‘The Magician (마법사) 타로 메이저카드 두 번째 상징’


그 의미를 떠올려보며 두 눈을 꼭 감는다.


‘저 남자를 유혹할 거야 날 이상한여자로 볼까? 하지만 카드는 성공 할 꺼라 말 해주고 있어 이 방에서 나가면 그를 내 품에 안을 거야 내게 필요한건 사랑이야 단지 그것뿐인걸 다정한 사랑’


“미안해요 기다리게 해서”


“예? 아 아니요”


그의 앞으로 다가가며 심호흡을 해본다.


“누님 덕에 잘 마셨어요 제가 좀 오래 있었내요 그럼 다음에 뵈요”


서있는 날 올려다보며 엉거주춤 일어서는 그, 뭔가 행동해야할 기회는 지금뿐인데 목엔 뭐가 잠긴 듯 온 몸이 굳어지고


‘어떻게 해야 하나’


일어선 그가 내게 살짝 인사를 하곤 문 쪽으로 걸어가려하는데


“잠깐만”


나도 모르게 뭔가에 떠밀리듯 다급함에 뒤에서 그의 허리를 껴안고 말았다.


“?”


“잠깐만 잠깐만요 잠깐만요”


그의 등을 꼭 끌어안으며 단단한 근육의 움직임을 내 여린 가슴과 배 위로 흠뻑 새겼다. 그의 몸 앞으로 꼭 깍지 낀 내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저 누..님?”


그가 손을 올려 내 양손을 잡는다.


“왜..그러세요?”


“그냥 잠깐만 이렇게 있어요.”


뭐라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손의 힘을 살짝 뺐다. 그가 서서히 돌아서서는 심하게 흔들리는 내 두 눈을 한없이 맑고 커다란 눈으로 내려다본다. 살짝 발을 들며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도톰하고 따뜻한 그의 입술, 향긋하고 다정한 감미로움..곧 온몸으로 뭔가 알 수 없는 희열이 뻗쳐나간다. 등 뒤에 조심스레 날 감싸 안아 힘을 주는 그의 억세면서도 부드런 두 팔, 눈을 감고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힘껏 그의 품에 안겨가며 입을 벌렸다. 따뜻하고 부드런 그의 혀가 왈칵 넘어오고 내 부들부들 떨리는 가녀린 육신을 두 팔로 힘껏 끌어안아 깊고 깊은 그의 가슴속으로 날 이끌고 있다.


세계가 멈췄다. 거리의 소음도. 똑딱이던 벽시계 소리도, 오직 날 끌어안은 그의 몸에서 뻗어 나오는 열기와 입안 가득 들어와 영혼까지 빨아올릴 듯 애타게 혀를 감싸안는 그의 혀..오직 지금 존재하는 건 그와 나뿐이다. 그가 힘껏 모든 걸 빨아들인다. 내 깊은 곳에 있던 외로움과 슬픔이 흥건한 침과 함께 그의 입안으로 사라져간다. 문득 그가 입을 뗀다. 온 신경이 곤두서 그를 마주한다. 조심스레 내 두 뺨을 쓰다듬는 그의 손길..


‘역시..그의 손길엔 다정함이 묻어나..왈칵 눈물이 나..’


내 눈물을 보던 그의 입술이 다가와 눈물을 지워간다. 뺨을 쓰다듬던 손은 조심스레 어깨위에 머물고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도록 조금 씩 조금 씩 가슴위로 내려오고..


“후욱”


그가 두 가슴을 감싸쥐자 댐이 터지듯 속에 쌓여있던 호흡이 쏟아져 나온다. 어느새 그는 내 상의를 벗겨내고, 소파위에 길게 눕히고, 물방울무늬 스커트를 허리위로 걷어 올리고는


하얀 면 팬티에 손가락을 걸어 잡아당기며 내 눈을 바라보고 있다.


“후회 안하죠?”


‘뭘? 내가 뭘 후회하니? 태어난 걸 후회할까? 남편과 결혼한 걸? 널 이제야 유혹한 걸? 그런 말 말자 그냥 날 안아주렴’


나는 대답없이 그냥 눈을 감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그의 몸짓이 편하도록 살짝 허리를 들어줬다. 허벅지를 스치며 벗겨져가는 팬티와 그의 손가락에 참을 수 없는 떨림이 온몸으로 퍼져간다. 어제까지만 해도 메말라 있던 나의 몸을 환한 오전의 햇살아래 넘칠 듯이 젖어버린 모습 그대로 그의 눈앞에 드러낸다. 그가 보고 있을 그곳으로부터 그의 시선만으로도 뜨겁고 날카로운 기운이 미칠 듯 온몸을 사로잡아가고..눈을 감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체 로 양 무릎을 활짝 그의 어께위에 놓고는 소파자락을 꼭 움켜쥐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짧은 시간, 그는 뭘 하는걸까? 그때 언뜻, 언뜻, 할퀴는 듯한 그의 숨결이 촉촉이 윤기 흘러 햇살아래 빛나고 있을 나의 샘 위로 다가온다. 한번씩 그가 내쉬는 숨결이 갈라진 틈으로 스쳐 지나갈 때 마다 꼭 감은 내 두 눈에 불이 튄다. 따스한 입김이 매끈한 내 음모 밑으로 느껴지는 듯싶더니 허전한 듯 버려진 듯 애처롭게 물결치던 나의 샘을 한입가득 머금어버린다.


“흐윽”


순간 견딜 수 없는 벅찬 느낌이 온 전신으로 퍼져 올라간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듯 허위허위 손을 뻗어 그의 머릿결을 감싸쥐고 한입 가득 머금은 그의 입 틈으로 뜨겁고도 축축한 미칠 것만 같은 촉감의 혀가 매끈하게 젖어버린 샘가로, 계곡으로, 골짜기로 소중한 보물을 찾아 헤매듯 온통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흐으으윽”


울음과도 같은 신음을 토해내며 그의 혀를 따라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져갔다. 끝없는 암흑으로 까맣게 떨어지다가 다시 솟구쳐 올라 하늘 끝까지 튕겨져 갔다가는 다시 나락으로..입안이 바싹 말라버리고 내 자신도 이해 못할 신음을 격렬하게 토해냈다. 정신이 아득해지도록..


어느 순간 그의 벗은 맨몸이 내 상체를 덮어오며 나의 말간 젖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쥔다. 초점 흐려진 눈을 떠 그의 얼굴을 보니 코끝이 닿을 듯 그의 눈동자가 눈이 아플만큼 광채를 발하고 있다. 고개를 돌려 그 눈빛을 피하자 어느샌 가 내 온 몸 위로 겹쳐 올라온 그의 뜨거운 육체가, 단단한 가슴이 나의 여린 가슴과 배를 무겁게 짓누른다. 또다시 나의 입술을 덮쳐오는 그의 얼굴에 정신없이 그의 목을 휘어 감으며 혀를 밀어 넣었고 숨이 막힐 듯 내 몸을 끌어안으며 몸을 부딪혀오는 그의 뜨겁고 단단한 성기가 아랫배에, 음모위로 안쪽 허벅지로 길을 잃은 듯 사납게 휩쓸리는 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의 몸 위로 길을 찾은 듯 어디에선가 ‘미끌’ 살집이 밀리는 느낌이 들다가 그의 완력에 숨이 막혀갈 무렵 그가 커다랗게 숨을 내쉬며 내 안으로 깊이 들어왔다.


“하아”


머리 뒤로 몰려드는 저릿한 느낌..이상하다. 온 몸에서 반응하는 미세한 쾌락의 떨림이 척추를 따라 목 뒤로 몰려오더니 모든 느낌이 이곳으로만 몰려든다. 내 양 무릎을 양쪽으로 열어젖히고 뜨겁고 단단한 그의 강한 육신 전부를 내게 눌러오며 커다란 동작으로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친듯, 하지만 난폭하진 않게..


‘그래 그렇게 날 안아주렴 너의 다정스런 강함에 난 굴복했어’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고 온몸에 느껴지는 감각만으로 세계가 이해되고 귓가에 그의 다급한 숨결과. 젖가슴 위로 비벼오는 그의 단단한 땀에 젖은 가슴과, 활짝 열려진 하얀 허벅지 안쪽으로 끊임없이 부딪혀오는 그의 굳센 허벅지가 소용돌이 쳤다. 홍수가 난 듯 터져버린 나의 샘 안으로 가득하도록, 나를 온통 부셔버릴 듯 채우며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다시 밀려들어오고 빠져나가고 밀려가고..


정신을 놓았던 걸까? 그의 움직임에 따라 점점 파도에 밀려 오르다 평생 본 적 없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는 순간 그의 목에 매달려 마구 고함을 쳐댄 것 같다.


‘멈춰!’


이 남자가 계속 움직인다면 정신이 깨져버려 죽을 것 같아


‘멈춰!’


그의 몸짓은 더욱 거세지고 그가 들어왔다 나가는 길을 따라 격렬한 쾌감이 온몸을 찢는 듯 나를 삼켜갔다.


“윽..윽..흐윽”


숨이 끊어지는 순간처럼 단말마 비명만 입가를 맴돌고 격렬해진 그의 몸짓에 따라 소파위에 구겨지듯 온 몸이 흔들렸다. 차츰 그의 호흡이 높아질 무렵 커다란 소리를 지르며 아주깊이 그가 내 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순간 아랫배 깊은 곳으로 따뜻한 파도가 쉴 새 없이 부딪혀오는걸 느끼며 아주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차츰 온 몸을 덜덜 떨던 그의 호흡이 가라앉고 어디론가 멀리 튕겨져 갔던 나의 의식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오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궁금해 질 무렵 꼼짝 않고 내 위에 쓰러져있던 그가 힘겨운 듯 일어나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어쩌죠? 그만 안에 사정해버렸어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괜찮아요”


걱정스런 그의 눈길이 한없이 귀여워져 다시 그의 목을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그리고 점점 환한 햇살이 현실감을 던져줄 무렵 우리 둘은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고,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쑥스러운 듯 싱긋 미소도 지었다. 옷을 다 입고 현관 앞에 선 그의 헝클어진 머릿결을 손으로 매만져 주는데 그런 날 등 뒤로 포근히 감싸 안으며 입을 맞추는 이 남자, 왜 또 눈물이 나려는지..


“누님 저 갈께요”


약간 더듬는 그의 말을 들으니 또 만나고 싶단 말을 하려했을까? 어떤 말을 하려다 그는 말을 더듬었을까? 다시 한번 그를 꼭 끌어안고 이마에 짧은 입맞춤을 전해줬다. 아쉬운 눈빛을 남기며 떠나는 그를 배웅하고 다시 혼자만의 거실로 돌아왔다.


‘꿈이었을까?’


내 안에 이런 내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는 게 무척 낯설다.




* * *




점심을 먹을까 하다 청소를 먼저 하기로 했다. 베란다 문을 열고, 각 방문을 열고, 안방으로 향하다가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주워들었다.


‘The magician (마법사)’


‘언제 여기 흘렸지?’


손에 쥐고 물끄러미 카드의 문양을 바라보며 안방 문을 열었다. 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들어 방안을 본 순간 내 온몸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여..보?”


방문 앞에 남편이 출근 때 복장 그대로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팔짱을 끼고 대사원의 수호석상처럼 버티고 서있었다.


“여..보..여..보..”


내 입안엔 ‘여보’ 라는 말만 끊임없이 맴돌았고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와 점점 뒷걸음쳐 거실로 나갔다. 아무 표정 없는 남편이 성큼성큼 거실로 따라 나오고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혁대를 푸르기 시작했다. 바클 부위가 위로 가도록 휘두르는 남편의 폭력은 딱 한번 경험해봤다. 작은 쇳조각이 살을 파고들며 찢고 지나가는 고통..점점 뒤로 뒤로 물러난다. 그의 표정 없음이 미칠 듯이 두렵다.


“여보..여보..잠깐..잠깐..”


그가 손을 빠르게 들어올렸다 내렸다.


“아악”


목 줄기에 피어오르는 고통..목을 휘감고 쇠 버클이 앞니를 때려 둔탁한 통증이 입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만! 그만! 오지마..제발! 여보..그만..오지마..제가 잘못했어 제가 잘못 했어요 응?”


“서류를 놓고 가서 다시 왔지 살짝 감기 기운도 있고, 집에 내 아내가 없더군”


또다시 그의 손이 크게 반원을 그리며 허공을 가른다.


“악!”


양 뺨을 감싸는 고통..끝의 쇠 버클이 뒤통수를 찍었다. 머리를 움켜쥐며 쓰러지는 귓가에 윙윙거리는 소음이 울린다. 그리고 손바닥에 묻어나는 피..


“어딜 갔나 기다리다 잠깐 누웠지 내 아내가 집에 오더군 왠 남자랑 말이지”


다시 그의 손이 올라가자 절박해진 마음에 뒤로 물러났다.


‘그래 변명할 필요도 없겠지 다 봤을테니 하지만 이렇게 날 때릴 권리가 당신한테 있니? 당신한테 난 뭐니? 왜 때리는데? 그래 나 바람났어 그게 어때서? 그게 어때서?’


“그게 어때서~!”


“뭐야?”


갑자기 내지른 내 절규를 들은 남편의 눈자위가 허옇게 뒤집어졌다. 그런 남편의 모습은 처음이다.


‘이사람 날 죽일지 몰라’


점점 내게 다가오는 그를 피해 베란다 쪽으로 뒷걸음쳐가며 소리 질렀다.


“오지 마! 거기 멈춰! 그만! 그만! 제발 더 이상 오지 마!”


점점 다가오는 그의 얼굴..베란다까지 밀려가 13층 허공의 바람을 느끼자 절망이 밀려왔다.


‘그만해 이제 날 더 힘들게 하지 마 응? 우리 이렇게 살려고 결혼한거 아니잖아 오늘일 내가 잘못한거 알아 하지만 여보..아니 오빠..이럴 수밖에 없던 나 이해해 달라고 하면 너무한 걸까? 오빠 제발 이제 그만하자’


고개를 돌려 밑을 보니 그 청년이 막 현관을 빠져나가 걸어가는 게 보였다.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남편이 바로 앞에 까지 와 혁대를 쥔 손을 들어올리고..


정말 순간이었다. 13층 허공에 수놓듯이 펼쳐지던 물방울무늬 스커트, 아주 짧은 허공에 머물던 순간, 절망적인 눈빛으로 내 이름을 부르던 남편의 모습이 보였고 우리 처음 만난 날, 그리고 애틋한 연애시절도 떠오르고..온통 눈앞에 환한 햇살과 바람소리만 가득한 순간이


이어지고..그리고..




* * *




정말이지 그런 소름끼치도록 둔탁한 소리는 처음 들었다. 그녀의 집을 나와 몇 발자국 옮겨 갔을까 등 뒤로 뭔가가 떨어졌다. 얼마나 소리가 크고도 소름이 끼쳤는지 그 자리에 얼어붙어 뒤돌아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 뭘까..갑자기 주위의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댄다. 흠칫하는 맘으로 뒤돌아본 그곳에는 아! 눈이 아프도록 선명한 물방울무늬 스커트, 그리고 이상하게 뒤틀린 그녀의 손..그 손아래 꼭 쥐어져있는 한 장의 카드..


...........The Magician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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